2024년의 첫날이 밝았다. 전날에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 아침에 모두 다 도통 눈이 떠지질 않았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한 명 한 명 씻고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밖에 나왔다.
새해 카운트다운 이벤트의 열기가 아직 다 식지 않았는지 길거리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밤 시간대에 스피어(Sphere) 관람을 예매했고, 그 이외에 낮에는 계획했던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카페, 옷가게, 기념품점 등을 구경했다.
계획 없이 길거리를 구경하다 큰 관람차를 발견했다. 심지어 대관람차는 짚라인이 어디선가부터 이어져 있었다. 할 것도 없는데 둘 중에 하나를 한번 타볼까? 짚라인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친구가 공중을 날아다니는 느낌이 싫다고 관람차가 낫다고 했다. 조금 아쉽지만, 관람차를 타고 야경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플라밍고 호텔이 있었다. 역시 라스베가스에서의 유명 호텔 중 하나로, 호텔 안 정원 같은 곳에 실제 플라밍고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료로 플라밍고를 볼 수 있다고 하니, 관람차만 타고 다시 와서 구경해 봐야지.
한 기념품 샵 앞에는 라스베가스의 상징인 라스베가스 사인 간판이 달려 있었다. 라스베가스 도시 끝 쪽에 위치한 진짜 사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간판을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내가 정말 라스베가스에 와 있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하이 롤러 (High Roller)
가까이 와보니 생각보다 더 컸다. 대관람차의 정식 명칭은 하이 롤러(High Roller)다. 라스베가스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로 유명하다고 한다. 어쩐지 규모가 정말 컸다.
가격은 낮 시간대에는 약 25$고, 야간 시간대에 탑승하게 되면 약 35$이다. 여기서 팁은 티켓을 미리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티켓팅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우리는 매표소 앞에 비치되어 있는 온라인 구매 QR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구매했기 때문에 너무 미리 구매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라스베가스의 풍경은 밤이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되도록 밤 시간대에 탑승하는 것이 좋다.
전체 회전은 약 30분 정도 걸리는데, 한 칸에 바가 있는 칵테일 캡슐을 선택하면 칵테일을 마시며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는 나를 포함해 술을 마시지 못하는 만 21세 이하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일반 캡슐을 탑승했다.
캡슐이 하나하나 정말 컸다. 일행만 들어가는 게 아니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모여 총 15명 정도가 한 캡슐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360도가 유리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 가려 바깥을 보지 못하는 일은 다행히 없었다.
관람차가 우리를 태우고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도 높은 걸 무서워하는 편인데, 관람차가 거대해서 그런지 올라가는 느낌도 진동도 거의 없이 올라가서 두렵지는 않았다. 라스베가스의 전경을 빨리 감상하고 싶었는데 전체 회전이 30분이라 정상에 올라가기까지 오래 걸렸다.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이 큰 도시의 정상에 오르니, 엄청나게 크던 호텔도 하나의 아파트같이 작아 보였다. 주변에는 온통 많은 색깔의 불빛들이 사방에 퍼져 라스베가스의 밤을 밝혔다.
고든 램지 버거 (Gordon Ransay Burger)
대관람차 탑승을 마치고 나오니 오후 7시였다. 스피어 관람 예약 시간이 오후 9시 반이었기에 그전에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저녁 먹을 곳을 찾다 고든 램지 버거가 이곳에 있는 걸 알았다. 한국에 고든 램지 버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예약도 많았고 가격도 비싸서 먹어보지 못한 기억이 있었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꼭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추천으로 저녁 식사를 위해 고든 램지 버거를 가게 되었다.
식당 내부는 깔끔하면서도 너무 고급스럽거나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었다. 세련된 인테리어로 조명, 테이블 등을 꾸며놓고 곳곳에 티비를 배치해 놓았다. 티비에는 스포츠 경기를 틀어놓아 미국 음식점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테이블 안내를 받고 착석하니 메뉴판과 식기류를 가지런히 놓아주었다. 확실히 다른 보통의 햄버거 프랜차이즈와는 느낌이 달랐다.
메뉴를 각자 주문하고 기다렸다. 주변을 둘러보고 같이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났는데, 아직도 메뉴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 메뉴가 누락됐나? 지나가던 직원을 불러 우리 음식들이 언제쯤 나오는지 정중히 물어봤더니, 만드는 중이라 곧 나온다고 했다. 한창 저녁 먹을 시간이라 주문이 밀려서 그렇겠지, 하고 조금 더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 음식이 나왔다. 어떻게 한 시간이나 걸릴 수 있지?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말도 없이 1시간을 기다리게 만들어 모두 지치고 기대를 덜하게 되었다.
나는 트러플 버거를 주문했다. 트러플 버거는 다른 버거와 다르게 스페셜 메뉴에 들어가 있을 만큼 기본 버거들보다 한 단계 위의 프리미엄 메뉴였다.
버거가 정말 두꺼웠다. 도저히 베어 먹을 크기가 되지 못해 칼로 잘랐는데 자르자마자 트러플 향기가 엄청났다. 맛도 정말 좋았다. 패티, 트러플, 베이컨, 그리고 채소들이 서로 어울리고 그걸 부드러운 빵이 감쌌다. 특히 패티가 스테이크를 연상시킬 정도로 부드러웠다. 감자튀김도 적절히 짜고 바삭했다. 다른 양념을 또 한 건지 배불러도 멈출 수 없었다. 햄버거 단품과 감자튀김 값과 팁과 세금을 포함하면 총 50달러가 넘게 나왔는데, 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부분과 가격이 이 음식점의 유일한 단점인 것 같다.
추천 메뉴
- 트러플 버거 (Truffle Burger): 약 34$
- 헬스키친 버거 (Hell's Kitchen Gurger): 약 27$
주의: 할라피뇨가 통으로 들어가 있어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많이 매울 수 있다.
- 트러플 파마산 프라이 (Truffle Parmesan Fries): 약 13$
햄버거랑 감자튀김만 먹었을 뿐인데 정말 배불렀다. 스피어를 가던 도중 플라밍고 호텔의 플라밍고를 볼 수 있던 것이 생각나 서둘러 보러 갔다.
플라밍고들이 정말 있었다!! 분홍색에 얇은 다리를 가진 플라밍고를 생전 처음 봤다. 무엇보다, 여길 떠날 수 있는데 이 호텔에만 항상 머무르고 있는 것이 가장 신기했다.
스피어 (Sphere)
예약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스피어에 도착했다. 호텔이나 길거리에서 멀리서만 봐서 몰랐는데 가까이 와보니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바깥에도 조명이 외관을 둘러싸고 있어 다양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건설 비용만 2조 원이 들었다고 인터넷에서 봤는데, 이 건물 하나에 2조나 들어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스피어에서는 몰입형 영상 전시를 주로 상영한다. 몰입형 영상 전시는 내부의 큰 화면에서 선택된 장르에 대해 관람하게 된다. 가끔 콘서트 형태의 공연도 있다. 화면에서 콘서트와 관련된 영상이 배경으로 나오고, 가수나 디제이가 무대 앞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입장료는 평균 50~100$로, 공연이나 전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웹사이트나 티켓을 구매하는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나와 친구들은
우리는 스피어의 영상 및 음향의 퀄리티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 몰입형 영상, 그중 'Postcard from Earth'를 관람했다. 사실 영상 시청의 장르만 선택하고 어떤 영상인지는 몰랐는데, 사전에 웹사이트에서 날짜에 상영하는 영상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미리 확인해 보고 예매해야 할 것 같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좌석이 가파르게 3층 정도 나열되어 있었고, 스크린이 사람들을 모두 둘러싸고 천장까지 있었다.
관람이 시작되었다. 'Postcard from Earth'는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지구의 변천사를 한 번에 알려주는 컨셉으로, 바닷속부터 우주까지 자연환경을 상세히 보여준다.
사운드, 영상의 퀄리티, 진동 등 모든 게 완벽했다. 실제가 아닌 영상으로 이 정도로 몰입한 적이 없었다. 눈에 꽉 차도 다 보지 못할 정도의 화면 사이즈와 실제 현장에 가 있는 것 같이 들리는 음질 등으로 정말 만족감과 희열감이 높았던 경험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다녔던 곳 중에 가장 좋았던 장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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